잘 사는 것

유튜브 영상 중에 시간은 환상이란 영상을 최근 봤다. 영상에서 시간 개념은 인지 작용의 한계로 탄생한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촬영이 끝난 영화필름과 같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사실 나는 이런 얘기들이 반갑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이런 류로 생각이 흘러가고 있어서 동지를 만난 기분이 든다. 사람의 삶도 일종의 미연시(?)처럼 선택지가 한정된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이 일어나고 운명론에 조금씩 마음이 간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무엇이 잘 사는 건지가 더욱 모호해진다. 고등학교 다닐 떈 수능 잘보면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실수 몇 문제해서 진짜 눈 앞이 깜깜했었고 취업할 때는 이제 좀 제대로 살겠구나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지나보면 다 그냥 착각인 것 같다. 내가 인지하는 물질이나 감정 같은 것으로 명확하게 보이는 것으론 잘 살았다고 할 순 없을 것 같고 오히려 범지구적 스케일로 짜여진 미지의 시나리오에서 정해진 역할을 잘 하고 가는게 잘 사는 것 같다.

요즘 회사일도 어렵다보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내가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 왜 이렇게 생각할까?를 추적해보면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내가 고를 선택지는 상당히 제한되고 있고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순수한 나의 의지가 아니다 라는 것을 깨닫는 날도 있었다. 무언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더 좋은 나를 만들고 싶을 때엔 나를 괴롭히지 않고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기록들과 나의 현재와 나의 미래를 데이터 분석하듯이 인과 관계를 따져보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낀다.

인도의 구루 마하라지가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한 기억이 난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개인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정신없을지 생각해보면 마음이 편하다. 애초에 안되는 일도 있는 거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 잘 산다는 것은 이렇게 세상의 원리를 알아가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P.S. blog 소스가 아직 불안정한데 수정은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멈추진 않겠으니 독자분이 계시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